연차 못 썼는데 수당도 없다? 회사가 연차촉진 했다면 확인할 것
연말이 가까워지면 회사에서 이런 안내를 받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남은 연차를 사용하세요.”
여기까지는 익숙한데, 막상 연차를 다 쓰지 못하고 나면 이런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럼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안내받은 적이 있다면 정말 남은 연차수당을 받을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단순히 연차 사용을 안내했다는 것만으로 미사용 연차에 대한 보상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에는 회사가 연차수당 지급의무를 면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연차사용촉진 절차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에서 “연차사용촉진을 했으니 수당이 없다”고 한다면, 먼저 회사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실제로 지켰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차사용촉진은 그냥 “연차 쓰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61조는 회사가 법에서 정한 사용촉진 조치를 했는데도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아 소멸한 경우, 회사가 그 미사용 연차를 보상할 의무가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법에서 정한 조치를 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회의 중에 “연차 많이 남은 분들은 연말 전에 빨리 쓰세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연차사용촉진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1년 이상 근로자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1차 촉구와, 필요한 경우 2차 지정통보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 번째, 남은 연차를 서면으로 안내받았나요?
회사는 연차 사용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않은 연차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남은 연차를 언제 사용할지 정해 회사에 알려달라고 서면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먼저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② 법에서 정한 시기에 서면으로 촉구받았는지
단순히 사내 게시판이나 회의에서 전체 직원에게 “남은 연차를 사용하세요”라고 안내한 것과는 확인해야 할 내용이 다릅니다.
두 번째, 내가 답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사용일을 다시 지정했나요?
1차 촉구를 받았다고 바로 절차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남은 연차를 언제 사용할지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면, 회사가 다시 조치해야 합니다.
연차 사용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회사가 연차 사용시기를 정해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따라서 “연차를 사용하라는 안내는 받은 것 같은데, 회사가 제 연차 사용일을 따로 지정해서 알려준 기억은 없는데요?”라는 상황이라면 1차 촉구와 2차 지정통보가 각각 있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10월 31일이 중요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연차사용촉진을 검색하다 보면 ‘10월 31일까지 통보해야 한다’는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월 31일이 모든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고정된 마감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기준으로 연차를 관리하고 해당 연차의 사용기간이 12월 31일에 끝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2차 지정통보는 사용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해야 하므로, 이 경우에는 10월 31일까지가 되는 것입니다.
→ 2개월 전까지 2차 지정통보
→ 10월 31일까지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를 관리하는 등 회사의 연차 사용기간이 다르다면 날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월 31일’ 자체보다 내 연차 사용기간이 언제 끝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서류는 다 받았는데, 지정된 연차일에 실제로 일했다면?
여기서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가 1차 촉구도 하고, 근로자가 사용일을 정하지 않아 2차로 연차 사용일도 지정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날 출근해서 일을 했다면 어떨까요?
이때는 “서류상 연차사용촉진을 했으니 무조건 수당이 없다”라고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지정된 휴가일에 근로자가 실제로 일했고 회사가 그 근로를 사실상 받아들였다면 수당 지급 여부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실제로 근로 제공을 거부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정된 연차일에 업무지시를 받았거나 실제로 출근해 근무했다면 출퇴근기록, 업무 이메일, 메신저 업무지시, 사내 시스템 접속기록 등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내가 확인할 것은 4가지입니다
회사에서 “연차사용촉진을 했기 때문에 남은 연차수당이 없다”고 들었다면 복잡한 법 조문부터 찾아보기보다 다음 네 가지부터 확인해보세요.
① 1차 촉구를 받았나?
내 남은 연차일수가 적힌 사용촉진 안내를 정해진 시기에 서면으로 받았는지 확인합니다.
② 내가 사용일을 정해 회신했나?
1차 촉구를 받은 뒤 10일 이내에 언제 연차를 사용할지 회사에 알려줬는지 확인합니다.
③ 회신하지 않았다면 2차 통보를 받았나?
회사가 사용기간 종료 2개월 전까지 구체적인 연차 사용일을 정해 서면으로 알려줬는지 확인합니다.
④ 지정된 연차일에 실제로 일하지 않았나?
연차일로 지정됐는데도 출근했거나 업무지시를 받았다면 당시 근무기록을 확인합니다.
이 네 가지를 확인하면 적어도 “회사가 연차사용촉진을 했다고 하니까 수당은 무조건 없는 거겠지”라고 바로 결론 내리는 것은 피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는 어떤 자료를 요청하면 될까요?
기억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회사 인사팀에 본인에게 발송된 연차사용촉진 1차 촉구 문서와 2차 사용시기 지정통보가 있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문서가 있다면 발송일과 남은 연차일수, 회사가 지정한 연차 사용일을 함께 확인합니다.
지정된 연차일에 실제로 근무했다면 출퇴근기록이나 이메일, 메신저 업무지시 내역 등도 같이 확인해두세요.
이렇게 확인했는데도 절차가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회사와 연차수당 지급 여부에 이견이 있다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 등을 통해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회사에서 “연차사용촉진을 했으니 남은 연차수당은 없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1차 서면 촉구 → 본인의 회신 여부 → 필요한 경우 2차 서면 지정통보 → 지정된 날 실제 근무 여부를 순서대로 확인해보세요.
회사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고 실제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미사용 연차에 대한 보상의무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지정된 휴가일에 실제로 근무한 사정 등이 있다면 “연차촉진을 했으니 수당이 없다”는 설명에서 끝내지 말고 지급 여부를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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